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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 못받아 일감 있어도 포기"···선박수리 시장도 中에 빼앗길 판 (8/11 서울경제 인터뷰)

작성자
KSRIC
작성일
2021-08-13 16:12
조회
56


[중소조선사 고사 위기]

대기업 낙수효과 1~2년 걸리는데

기존대출 축소 등으로 유동성 악화

RG 문턱 높아 "해외수주 엄두 못내"

주52시간에 숙련공 이탈도 심각

"정부조달 저가수주 방지책 만들고

추가 연장근로 확대 등 검토해야"


“요즘 조선업이 호황이라고 하는데 대기업이나 호황이지 중소 조선업체는 못 느낍니다. 왜 그럴까요? 대기업이 호황이면 중소 조선업체로 일감이 넘어와야 하는데 그게 바로 넘어오는 게 아니에요. 우리한테까지 오려면 최소 1~2년 걸리는데, 낙수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납품에 반영도 안 되니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는 거지요.”

나영우 경남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선업이 ‘슈퍼 호황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것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호황의 수혜를 보지도 못하는데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시행되면서 인력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선에 쓰이는 강판 가격이 최근 올해 초 대비 50%나 올랐다”며 “물건 구하기가 어려워 이 가격에 10~20% 웃돈을 더 줘 구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조선업이 호황을 맞았지만 중소 조선사의 경우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조선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호황의 사이클’에 탑승하지 못하는 데다 경직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예상하지 못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맞물리면서 모든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조선업의 호황에도 중소 조선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주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 등으로 호황은커녕 고사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이후 설계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한 데다 ‘헤비테일 결제 방식’ 등으로 인해 선박 건조 초기에는 조선사의 유동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 호황기까지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야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의 불황으로 업계 전반의 경영 상태가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조선업 전반에 걸쳐 유동성이 공급될 때까지는 기자재 업계나 중소형 조선소가 버텨야 하지만 일감 부족과 기존 대출·보증 한도 축소 등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또 조선업 호황은 조선소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형 조선소 수주는 완전히 ‘턴어라운드’한 상황이지만 중소 조선소는 일감이 없다. 한 중소 조선소 대표는 “소형 조선소들은 해외 수주는 엄두도 못 낸다”며 “선수금환급보증(RG)이 안나오면서 아예 일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G는 발주처에서 조선소와 계약을 할 때 계약한 조선소가 건실한 곳인지 보증해주는 제도다. 대형 조선소처럼 중소형 조선소도 주문이 밀려들지만 RG 규모가 작아 일감이 있어도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조선업이 불황이었던 까닭에 금융기관의 보증 문턱이 높아 조선업 호황에 따라 보증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형 조선사들은 재무 조건, 담보도 보고 과거 수주 실적까지 확인을 하니 한도가 100억 원도 안되는 곳이 흔하다”며 “중소형 조선소가 활용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역시 중소 조선 업체를 옥죄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소 선박 수리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일감이 끊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선박 수리 분야는 수리 기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선주 입장에서 하루라도 수리가 늦어지면 바로 손해가 시작된다. 배마다 수리 기간이 다르지만 통상 20~50일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박 수리는 10년 이상 근무한 숙련공들이 필요하다. 즉각 사람을 한 명 더 고용해 선박 수리에 투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선박 수리 기업의 한 관계자는 “20일 안에 선박을 수리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을 맞추려고 선주에게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는 순간 일감이 끊긴다”며 “그렇다고 선박 수리 경험이 없는 사람을 고용해 투입할 수도 없어 당장은 주 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하다 선박 수리 시장도 중국·일본·싱가포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선박 수리는 굳이 특정 국가를 지정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조선 수주 호황과 달리 선박 수리는 선박이 건조된 후 시장이기 때문에 선박 수리 시장은 몇 년 후에나 호황이 오는 대표적인 ‘후행 시장’이다. 김귀동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선박 건조는 호황이지만 선박 수리는 일감이 현재 많지 않다”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선주가 요구한 기간 내에 수리를 못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선박 수리 시장은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중소 조선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제도를 유연하게 보완해줄 경우 조선업 호황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소 조선소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정부 조달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 선박 발주 때 적정 예정가 산정을 통해 저가 수주를 방지해 중소 조선사의 수주 리스크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선박 수주 가격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 평가 모델 등을 바탕으로 저가 수주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 단위 추가 연장 근로 허용,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 확대 등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조선업 수주 랠리를 뒷받침할 수 있게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전했다.